넷플릭스 드라마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
드디어 다 봤다.
※스포일러 및 결말 포함!
소설과 기본 스토리는 같다. 대신 원작과 다른 설정이 조금 있고 새로운 사건, 등장인물, 에피소드들이 추가되었다.
앤의 성장과정을 보는 건 역시 즐겁다
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내면이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앤. 물론 낭만은 놓치지 않는다.
앤이 커스버드 남매의 가족으로 녹아드는 과정은 역시 감동적이었다.
시즌3의 앤은 시즌 1에서의 어린 소녀가 아닌 어른이 다 된 모습이다. 키도 크고 훨씬 성숙해진 모습으로.
눈으로도 확 와닿는.
원작과 다른 설정
1. 마릴라와 매튜
마릴라가 메튜의 누나로 나온다. "매튜 오라버니!" 하고 다그치는 장면은 소설 속에서.
이 드라마에서는 "매튜 커스버드!" 라고 정색하는 마릴라를 만날 수 있다.
게다가 3남매였다는 설정. 집안의 기둥이었던 큰오빠가 먼저 죽고 어머니는 우울증에 빠지고 마릴라는 아픈 어머니를 돌보느라 결혼도 포기.(길버트의 아버지가 연인이었던 건 원작과 같음)
내성적이었던 메튜도 형의 죽음과 동시에 학교도 그만두고 더욱 사람들을 피하는 성격이 되어 버린다.
그런 그에게도 마음을 준 여인이 있었다는. 매튜의 첫사랑 등장.

2. 길버트
길버트는 아픈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고 얼마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증기선을 타며 이곳저곳을 떠돈다. 물론 애이번리로 다시 돌아옵니다. 학교를 마친 후에는 의대에 진학하게 된다.
3. 다이애나
또 새로웠던 것은 다이애나가 앤과 함께 퀸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것. (심지어 다른 친구들 진학 공부할 때 혼자만 빠졌었는데도 그냥 시험 쳐서 붙음)
신부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원작과 맞아떨어지지만 결국 부모님을 설득해 신여성(?)의 길로 들어선다. 부모님의 뜻에 무조건 순종하던 다이애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으로 성장하게 된다.
4. 제리
매튜의 농장일을 도와주는 제리는 생각보다 어린아이로 등장한다. 앤의 또래. 앤과 우정을 나누는 친구.
그리고 다이애나와 사랑을..
5. 기타
조세핀 할머니는 부자에 깐깐한 할머니로 등장하지만 독신으로 산 이유가 원작과 다르게 나온다.
심지어 스테이시 선생님은 과부로.. 린드 부인이 중매에 열을 올린다는 ㅎㅎ
그리고 마지막까지 매튜가 죽지 않고 함께한다. 물론 심장이 아파 쓰러져 고비를 넘기고 마릴라도 두통과 시력저하로 힘들어하지만 극복?!
됐고, 해피엔딩이라 좋다 나는~
새로운 등장인물과 에피소드
1.콜
앤의 학교 친구. 내성적인 성격. 미술에 소질이 있어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친구. 같은 반 마초 같은 남학생의 집요한 괴롭힘이 있을 때마다 앤이 구원투수로 등장해 도움을 준다. 물론 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도 콜이 도와주며 다이애나와 버금가는 우정을 나눈다.
2. 세바스찬(배시)
길버트가 증기선에서 일하며 떠돌 때 만난 친구. 흑인으로 희망 없는 삶을 산다. 어머니는 아직도 고향 섬에서 백인 집의 하인으로 일하고 있다. 백인들에 대한 원망이 있지만 드러내기보다 상황을 받아들인다. 길버트는 그가 그동안 만난 백인과 달랐고 둘은 형제와 같은 사이로 발전한다. 아버지를 여의고 고아가 된 길버트에게 세바스찬은 그가 의지할 새로운 가족이었고 세바스찬은 떠돌이였던 자신을 정착하게 해 준 길버트를 형제 이상으로 생각한다.
3. 메리
사랑과 모성애가 넘치는 인물.
세바스찬과 인연을 맺어 부부가 된다. 결혼 후 애이번리의 길버트 집에서 함께 살며 집안을 온기로 가득 채워준다. 예쁜 딸을 출산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병을 얻어 일찍 삶을 마감하고 만다. 그녀의 아픈 손가락인 첫째 아들은 끝내 만나지 못한 채.
4. 위니프레드
길버트가 수학 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인물.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랐으며 미인에 교양도 갖춘 여인이다.
길버트와 만나며 데이트를 하다 결혼 이야기까지 오가게 된다.
5. 카퀫
애이번리에 살고 있는 인디언 원주민 부족. 앤과 좋은 친구로 지내지만 다른 이들에겐 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정부가 운영하는 멀리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가지만 그곳에서는 온갖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하지만 힘이 없는 그들은 정부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6. 기타
애이번리 마을 사람들에게 금으로 사기 치는 일당 둘, 네이트와 던롭. 솔직히 금광 에피소드는 별로였던 것이.. 그렇게 쉽게 속는다는 것도 이해 가질 않고 네이트가 마릴라에게 끼(?)를 부리는 장면도 불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그리고 제리는 어쩜 그리 기억력이 나쁜 건지.
(네이트는 결국 안 잡힌 거?)
차별과 편견에 맞서다
애초에 앤은 차별과 편견을 온몸으로 맞서는 인물이다.
주근깨 많은 못생기고 비쩍 마른 빨간 머리 여자아이.
게다가 고아.
마을 사람들도, 학교에서도 앤은 이상하고 엉뚱한 아이였다. 마릴라에게도 자수정 브로치를 훔친 거라 오해를 사게 되고 다이애나에게 실수로 술을 마시게 한 일로 베리 부인에게 불량한 아이로 낙인이 찍힌다.
그러나 앤은 특유의 명랑함과 명석함으로 극복하고 이겨나간다. 소설 속 이야기라면 여기까지 겠지만 드라마에서는 더 멀리 나아간다.
성 정체성, 성차별, 인종 차별등 앤과 함께 많은 인물들이 이 사회적 문제에 맞서 열심히 살아간다.
뿌리도 찾고, 사랑도 찾고
소설에서의 앤은 자신의 출신과 부모님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에서의 앤은 그렇지 못하다.
앤은 고아로 살며 많은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그녀의 뿌리를 찾기 위해 다시 돌아온 고아원에서 냉혈한 원장과 질 나쁜 아이들의 괴롭힘을 다시 마주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앤이 아니다. 지금은 당당한 앤 셜리 커스버드 이기에.
마침내 부모님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가 버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을 때.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역시 아름다운 붉은 머리의 여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앤은 그동안 고아로 힘들게 살아왔던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었다.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당연한 부분이었다. 담담하게 또 아름답게 마무리해 좋았다.
마지막에는 길버트와의 마음도 확인하게 된다.
그 옛날엔 쪽지로 서로 마음을 주고받았다지만 고구마 전개에 잠시 답답... 왜 찾아가서 얼굴 보고 이야길 하질 못하니!!
엇갈리는 건 이제 그만~!
아름다운 대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앤의 실사판 이야기. 눈물도 흘리고 웃음도 지으며 재밌게 보았다.
그러나 찝찝함이 남는 부분도 있다.
그래서, 다이애나와 제리는 그렇게 흐지부지 끝? 카퀫은 어찌 되는 건데?
더 궁금한 부분이 있어 시즌 4를 기대했지만 아쉽게 시즌 3에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캐나다 현지에서는 빨간 머리 앤 드라마가 생각보다 인기가 없다고...ㅎㅎ
왜지?
배우들도 매력 있고 재밌는데.
아무튼. 나의 시간을 순삭 해준,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정주행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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